단지 세상의 끝

2017-008.
<단지 세상의 끝>, 자비에 돌란, 2016
 
★★★★
 
 
분명, 자비에 돌란의 영화는 나르시시즘의 과잉이다. 그러나 이것 자체로 문제가 될 수는 없다. 과잉이 무의미하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생성한다면 과잉을 부정적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단지 세상의 끝>은 힘겨운 말을 하고자 한다. 루이(가스파르 울라엘)는 12년 만에 가족을 찾아간다. 루이는 어둡고 뿌연  클로즈업 화면에서 등장한다. 루이의 말의 무게가 화면을 장악한다. 문제는 루이의 말을 들어야 하는 가족 역시 클로즈업으로 고립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말을 할 뿐이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은 상태로 각자 놓여 있다. 대화 혹은 사건이 아닌 말과 말들이 흩뿌려져 있다. 말들의 향연이 아닌 말들의 거친 숨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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